OEM이면 다 똑같은거 아냐?

8년 불면증 경험을 바탕으로 고민한 OEM 차별화의 과정을 공유합니다.
김소정's avatar
Aug 28, 2025
OEM이면 다 똑같은거 아냐?

녹트리서치의 첫 번째 수면 영양제를 출시한 지 1년이 다 되어갑니다.

이 1년 동안 정말 많은 분들을 만났는데요. 지인들, 고객들, 투자자분들까지. 그런데 놀랍게도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하나 있더라고요.

"어차피 OEM이면 다 똑같은 제품 아냐? 뭐가 다른거야?"

처음엔 당황했습니다. 1년 반 동안 밤낮없이 고민하고 개선해온 과정들이 있는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막막했거든요.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니 당연한 질문이었어요. OEM이라고 하면 보통 똑같은 제품을 찍어내는 걸로 생각하시니까요. 저도 직접 만들어보기 전엔 비슷하게 생각했고요.

이제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차근차근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 OEM의 진실: 붕어빵 틀이 아니다

많은 분들이 OEM을 "이 제품이랑 비슷하게 만들어주세요"라고 말하면 뚝딱 나오는 것으로 생각하세요. 마치 붕어빵 틀에 반죽만 부으면 똑같은 붕어빵이 나오는 것처럼요.

사실 반은 맞습니다. 실제로 많은 판매사들이 기존 제품을 들고 가서 "이거랑 똑같이 만들어주세요"라고 요청하거든요. 제조사도 그런 요청에 익숙하고, 그렇게 나온 제품들도 시장에 많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다르게 생각했습니다.

OEM은 '제조를 위탁한다'는 의미지, '개발을 포기한다'는 의미가 아니거든요.

무작정 "만들어주세요"가 아니라, 왜 이 성분인지, 왜 이 용량인지, 왜 이 제형인지를 먼저 정했습니다. 제조사는 저희가 설계한 제품을 현실로 구현해주는 전문 파트너였죠.

같은 OEM이라도 '그냥 제조만 맡기는 것'과 '개발은 우리가 하고 제조만 맡기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그 차이가 제품의 차별화를 만드는 핵심이었어요.

🎯 차별화의 시작: 문제를 정의하다

8년간 불면증으로 고생하면서 수많은 제품을 시도해봤습니다.
(참조글 : 8년의 불면증을 고친 3가지 방법 )

그러면서 깨달은 게 있어요. 제가 원했던 건 단순히 '잠이 오게 하는' 제품이 아니라 '깊게 자고 개운하게 일어날 수 있는' 제품이였어요. 중간에 깨지 않고, 다음날 몽롱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수면 패턴이 개선되는.

수면 문제도 사람마다 다르잖아요. 잠드는 게 힘든 사람, 중간에 자주 깨는 사람, 자도 개운하지 않은 사람. 각각 필요한 솔루션이 다르죠.

저희는 타겟을 명확히 했습니다.

"깊은 수면과 개운한 아침"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제품.

그게 시작이었어요.

덜 깨고 더 개운하게 잘 수 있도록 고군분투한 결과

🔬 1년 반의 R&D 과정

📚 성분을 결정하다.

1️⃣ 100여편 논문 파헤치기

처음엔 학술적으로 접근했습니다. 수면 관련 논문을 100편 넘게 읽었어요.

하지만 곧 한계를 느꼈죠. "실험실에서 효과가 있다"와 "실생활에서 도움이 된다"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더라고요.

대표적인 예가 멜라토닌이었습니다. 해외에서는 대중적인 수면 보조제지만, 직접 먹어보니 두통과 몽롱함이 심했어요. 매일 먹기엔 부담스러운 수준이었죠.

그래서 실제 사용자들의 경험에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2️⃣ 타사 제품 리뷰 파헤치기

아이허브와 아마존의 리뷰를 분석하면서 흥미로운 패턴들을 발견했어요. 발레리안 루트는 효과는 좋지만 "냄새 때문에 못 먹겠다"는 리뷰가 압도적이었고,

아이허브 내 발레리안루트 제품 후기

GABA는 "두통이 생긴다", "꿈이 너무 선명해서 피곤하다"는 부작용 보고가 많았죠.

아이허브 내 GABA 제품 후기

이 밖에 수면에 도움이 될만한 모든 성분들의 리뷰들을 정성,정량적으로 분석해 추려나갔어요.

이렇게 고르고 고른 성분들로 구성을 짜보니 예상치 못한 현실을 마주했습니다.

원가가 너무 비쌌습니다.


원가가 동종 제품 대비 평균 2배, 최대 8배까지 나왔거든요.

동종업계 대표님들과 이야기할 때마다 비슷한 반응이었어요.

"그 원가에 그 마진이면... 괜찮으시겠어요?"
"차라리 성분 몇 개 빼시는 게 어때요?"

솔직히 고민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만들고 싶었던 건 '가격 경쟁력 있는 제품'이 아니라 '실제로 효과 있는 제품'이었어요. 8년간 불면증으로 고생하면서 값 싸지만 효과 없는 제품들을 너무 많이 경험했거든요.

결국 비싼 원가를 감수하고 저희가 정한 기준을 지키기로 했습니다. 대신 이 결정을 옳게 만들기로 다짐했어요.

💊 제품 개발: 디테일이 차이를 만들다

1️⃣ 복용 시점을 고려한 제형 선택

성분 못지않게 중요한 게 '언제, 어떻게 먹느냐'였어요. 수면 영양제는 주로 자기 1-2시간 전에 먹습니다. 저녁 먹고, 샤워하고, 양치하고 나서 먹는 경우가 많죠. 이미 양치를 끝낸 상태에서 젤리나 액상을 먹으면? 다시 양치하러 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깁니다. 그래서 무향 무취의 정제형을 선택했어요. 자기 전에 특정 향이나 뒷맛이 남으면 수면에 방해가 될 수 있거든요. 제조 비용이 올라가더라도 고수한 원칙이었죠.

* 정제 : 분말 원료를 압축하여 굳힌 것

평가단 리뷰

2️⃣ 먹기 편한 크기 만들기

타겟 고객층을 분석해보니 흥미로운 패턴이 있었어요. 수면 제품을 경험하는 분들이 주로 30대 여성과 60대 이상 연령층이더라고요.

20-30대 여성분들의 경우, 일반적으로 큰 알약을 삼키는 걸 어려워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저희 주변에서도 처음에는
 

"알약이 너무 커서 못 먹겠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았어요.

60대 이상 분들은 연령이 높아질수록 삼킴 기능이 약해져서 알약 복용 자체를 부담스러워하시는 경우가 많았고요.

원료의 순도가 여기서 중요한 변수가 됐습니다. 순도가 낮으면 같은 효과를 내기 위해 더 많은 양이 필요하고, 그러면 알약이 커지거나 개수가 늘어나거든요. 매일 먹는 제품인데 알약을 5개씩 삼켜야 한다면? 아무리 효과가 좋아도 포기하게 됩니다.

결국 각 성분별로 최고 순도의 원료를 찾아 원료사를 선별했습니다. 비용은 올라갔지만, 2알이라는 적정 복용량을 유지하면서도 삼키기 편한 크기로 만들 수 있었어요.

3️⃣ 일관된 정제 만들기

제형과 크기를 결정한 후, 실제 생산 과정에서 새로운 문제를 만났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타정 안정성이었어요.

특정 성분의 함량이 높아지면 정제가 제대로 굳지 않거나 쉽게 부서지는 문제가 생깁니다.

🤔 정제가 부서지면 왜 문제일까요?
우선 정확한 용량 섭취가 불가능해집니다. 2알을 먹어야 하는데 하나가 부서져서 1.5알만 먹게 될 수도 있거든요. 게다가 부서진 가루가 포장 안에 떠다니면 위생적으로도 좋지 않고, 습기에 노출되면 변질될 위험도 있습니다. 매일 먹는 식품으로써 치명적인 문제인거죠.

제조사와 함께 타정 테스트를 수십 번 반복했습니다. 성분 함량을 조정하고, 부형제 비율을 바꿔가며 최적의 균형점을 찾으려고 했어요. 견고하면서도 균일한 성분 분포를 유지할 수 있는 정제를 만들기 위해서였죠.
 

이런 디테일들이 모여 최종 제품이 완성되었습니다. 겉보기엔 그저 하얀 알약이지만, 그 안에는 수개월간의 고민의 흔적들이 담겨 있어요.

제조담당자와 타정과 관련된 논의 메세지
반복되는 제조담당자와의 논의

🧪 실제 사용자 테스트: 이론과 현실의 간극

이론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직접 테스트가 필요했죠.

1️⃣ 전문가와 함께한 베타 테스트

스타트업의 기본, 개밥먹기부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건강기능식품은 우리만의 경험으론 부족했죠. 정신의학과 원장님과 약사님의 자문을 받으며 베타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국제 성인 수면 코칭에서 사용하는 평가 방식을 바탕으로 전문의와 함께 테스트 프로토콜을 설계했어요. 수면 문제로 고민하는 20명의 테스터와 4주간 체계적으로 진행했죠.

수면 개선 테스트 방법론 설명 - 수면 시간뿐만 아니라 식습관, 카페인 섭취, 생활 패턴 등을 종합 분석하여 객관적 데이터와 주관적 체감을 모두 평가하는 프로토콜 소개
실제로 진행했던 테스트 프로토콜 - 수면 개선은 단순히 '몇 시간 잤는지'로 판단할 수 없습니다. 식습관, 카페인 섭취, 일상 루틴 등 다양한 변수가 수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종합적인 관찰이 필요하죠. 정량적 데이터(수면 시간, 각성 횟수)와 함께 테스터의 주관적 체감도 중요한 평가 지표였습니다

초기 버전에서 마그네슘 함량 문제가 발견됐습니다. 약사님이 "이 정도 함량이면 민감한 사람은 위장 불편을 느낄 수 있어요"라고 지적하셨는데, 실제로 몇 분이 같은 증상을 호소하셨어요.

샘플 테스트 피드백

저희가 추구하는 '자연스러운 수면 유도'라는 컨셉에 대해 원장님과 많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한 테스터분이 "머리가 조용해지는 느낌"이라고 표현했을 때, 저희와 원장님 모두 "바로 이거다!"라는 뿌듯함이 있었어요.

전문가의 의견과 실사용자 경험, 그리고 저희의 철학이 만나 최종 제품이 완성됐습니다

2️⃣ 실사용자 피드백

제품 출시 후에도 테스트는 계속됐습니다. 아니, 지금도 매일 하고 있어요.

고객들의 피드백을 받으며 발견한 건, 수면 문제가 정말 사람마다 다르다는 거였어요. 교대근무자는 "깊게 자면 못 일어날까봐" 걱정하고, 육아맘들은 "아기 울음소리는 들어야 해요"라고 하시더라고요.

이런 피드백들이 중요한 깨달음을 줬습니다. '잘 잔다'는 모호한 약속이 아니라, 각자가 가진 구체적인 수면 고민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야 한다는 걸 배웠어요.

교대근무자와 육아맘 모두 "수면의 질을 높여 아침에 개운하게 일어난다"는 핵심 가치는 동일하게 전달하되, 그들의 특수한 상황에 맞춰 메세지를 전달해야한다는 걸 알게 되었죠.

"강제로 재우는 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수면", “자고 일어난 뒤의 개운함”을 강조하니, 응급 상황을 걱정하던 분들도 안심하시더라구요.

제품 개발은 '만들기'로 끝나는 게 아니라, '누구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지' 명확히 전달하는 것까지 포함한다는 걸 매일 느끼고 있습니다.

3️⃣ 지금도 계속되는 테스트

저희는 지금도 매일 밤 제품을 먹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수면 보조제가 시장에 나오면 바로 구매해서 비교 테스트를 합니다. 경쟁사 제품이든, 해외 신제품이든 가리지 않고요. 더 좋은 성분이나 조합을 발견하면 바로 연구에 들어갑니다.

해외에는 수면 카테고리가 따로 있을 정도로 다양한 제품들이 있어요.

💭 1년 후, 차이는 디테일에 있다

"OEM이면 다 똑같다"는 말. 이제는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네, 저희도 OEM으로 제조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는 100여편의 논문, 수백 개의 리뷰 분석, 수개월의 직접 테스트, 제조사와의 수십 번의 조율이 있었어요.

겉보기엔 비슷한 하얀 알약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각 성분의 선택 이유, 용량 설정의 근거, 제형 결정의 배경 등 수많은 고민이 담겨 있죠.

최근 받은 고객 리뷰들을 보면서 느낍니다.

녹트리서치 슬립케어는 수면영양제 중 가장 효과를 본 제품이라고 하는 리뷰들

이런 피드백들을 받을 때마다, 그 긴 시행착오가 헛되지 않았구나 싶어요.

OEM은 방식일 뿐, 차별화는 과정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지, 얼마나 깊이 고민했는지, 실제로 검증했는지. 그런 것들이 쌓여서 다른 제품이 되는 거죠.

8년간 불면증으로 고생한 사람이, 비슷한 고민을 가진 분들을 위해 만든 제품. 그 진심과 과정이 차이를 만든다고 믿습니다.


녹트리서치와 국내외 파트너쉽을 원하는 분들은 언제든지 contact@noct-research.com 으로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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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jung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