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여성 성인수면 코치가 되었습니다.

"현장을 모르고 제품을 만들 수 없다." 국제 성인수면 코치 자격을 따고 실제 클라이언트를 만나며 배운 점을 공유합니다.
김소정's avatar
Sep 09, 2025
국내 최초 여성 성인수면 코치가 되었습니다.

"제발 좀 자고 싶어요. 내일도 회사 가야 하는데..."

새벽 2시, 클라이언트 J씨가 보낸 메시지였습니다. 스타트업 대표인 J는 2년째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었죠. 수면 유도제도 먹어봤고, 비싼 매트리스도 바꿔봤지만 소용없었다고 했어요.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진짜 알아야 할 건 성분 연구가 아니라, 잠 못 드는 사람들의 밤이구나.

📚 1년간의 수면 코치 여정

수면 코치란?

먼저 짚고 넘어갈게요. 수면 코치(또는 수면 컨설턴트)는 의사가 아닙니다. 약을 처방하지 않죠. 대신 생활 습관 개선과 행동 변화를 통해 자연스러운 수면을 돕는 역할을 합니다.

미국에서는 이미 하버드를 비롯한 많은 기업들이 직원 복지로 수면 코칭을 제공하고 있어요. 한국에선 아직 생소하지만, 점점 필요성이 커지고 있죠.

수면코칭을 제공하고 있는 해외 기업 복지

수면코치 과정에서 배운 것들

정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이론 공부: CBT-I(불면증 인지행동치료), 수면 위생, 일주기 리듬 등

실습 도구: Daily Sleep Log, Epworth 졸음 척도 활용법 등

상담 기법: Motivational Interviewing(동기강화 면담)으로 행동 변화 유도

하지만 가장 값진 건 해외 코치들과의 케이스 스터디였어요.

미국, 유럽의 현직 코치들과 매주 줌 미팅을 했습니다. 퇴근 후 밤 11시에 화면을 켜고, 각자의 클라이언트 사례를 공유하며 토론했죠. "이런 경우엔 어떻게 접근하시나요?", "이 방법 정말 효과 있었어요!" 같은 생생한 노하우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해외 수면 코치들과의 줌미팅

🛏️ 현장에서 만난 진짜 수면 문제들

Case 1. "슬랙 알림이 환청처럼 들려요" - 스타트업 대표 J씨

35세, 에듀테크 스타트업 대표. 2년 전 공동창업자와의 트러블 이후 불면증이 시작됐습니다

Before

  • 7시간 잠을 자지만 중간에 5번 이상 깸

  • 침대에 누워도 슬랙 알림 환청

  • 수면 유도제 복용 중이지만 효과 없음

코칭 내용 (3개월)

  1. 환경 개선: 침실을 '수면 전용 공간'으로 (업무 자료 모두 제거)

  2. 디지털 디톡스: 현실적으로 접근 (30분 → 20분 → 10분씩 단계적으로)

  3. 호흡법 도입: 4-7-8 호흡으로 자율신경계 안정

  4. 식사 타이밍: 저녁 8시 이전 완료

  5. 영양제 재배치: 각성 효과 있는 비타민B를 아침으로 이동

After
"완벽하진 않아요. 하지만 이제 새벽에 깨도 '괜찮아, 다시 잘 수 있어'라고 생각해요. 그게 가장 큰 변화예요."

Case 2. "남편 간병하느라 제 잠은 포기했어요" - S씨(64세)

큰 수술을 받은 남편을 돌보며 극도의 스트레스 상태. 신경이 예민해져 안면 근육 경련까지 나타났습니다.

Before

  • 하루 2-3시간 토막잠

  • 극심한 스트레스와 사회적 고립

  • 대충 때우는 식사 (김치에 밥만)

코칭 내용 (3개월)

  1. 정서적 지지: 온라인 간병인 모임 연결

  2. 10분 루틴: 저녁 스트레칭과 호흡 명상

  3. 영양 개선: 간단하지만 균형 잡힌 식단, 약사를 통한 영양제 추천

  4. 마인드셋 전환: "잘 자는 것도 간병의 일부"

After

"여전히 5시간 정도밖에 못 자요. 그래도 이전엔 두들겨 맞은 것 같았는데, 지금은 조금 더 개운해요."

실제 코칭을 통해 배운점

수면 문제는 단순히 '잠이 안 와서' 생기는 게 아니었어요. J씨에게는 트라우마와 불안이, S씨에게는 고립과 소진이 진짜 원인이었죠. 그냥 재우기만 하는 수면제로는 근본 해결이 안 되는 이유가 여기 있었습니다.

진짜 필요한 건 각자의 상황에 맞는 통합적 접근이었어요. 환경, 습관, 영양, 그리고 무엇보다 '나도 잘 잘 수 있다'는 믿음. 이 모든 요소가 함께 작동할 때 비로소 변화가 시작됐습니다.

이 점은 저희 제품을 기획하는 데 중요한 seed가 되었어요. 좋은 수면 보조제는 이런 변화의 과정을 더 수월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거든요. 단순히 졸음을 유발하는 게 아니라, 몸이 자연스럽게 잘 잘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주는 것. 그게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이었죠.

클라이언트와 보낸 시간들

💡 한국 시장을 위한 제품, 한국인 이해하기

국내 시장에서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국내 고객, 즉 한국인에 수면 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습니다. 실제 코칭을 진행하고 해외 코치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한국인의 수면문제와 문화가 얼마나 다른 지 더 잘 알 수 있었어요.

한국은 이제야 수면의 중요성을 깨닫기 시작했다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한국은 이제 막 "잠도 관리해야 하는구나"를 인지하는 단계입니다.

해외 직구 보조제를 사보거나 고가의 침구류를 바꿔본 사람은 그나마 적극적으로 노력한 편이었어요. 대부분은 그냥 참고 살았죠. 병원에서 수면제를 처방받는 것도 최근에야 진입장벽이 낮아진 편이구요.

체계적인 수면 개선? 라이프스타일 변화? 그런 건 시도조차 해본 적이 없는 분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몇 번의 실패 후에는 무력감에 빠져있었습니다. "나는 원래 잠을 못 자는 체질"이라고 체념하거나, 아예 피곤함을 디폴트로 받아들이고 있었어요.

"피곤한 게 정상 아닌가요?"

거의 모든 분들이 이렇게 말했어요. 수면 부족 = 성실함의 증거라는 이상한 공식이 한국 사회에 있더라고요.

"이미 다 해봤는데..."

해외 수면 보조제, 명상 앱, 고가 매트리스... 다 시도했다가 실패한 경험들. 그래서 체념 상태인 분들이 많았습니다.

작은 성공이 만드는 변화

한국 시장에 맞는 제품 전략이 필요했다

단순히 해외 제품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으론 안 됩니다. 한국인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접근이 필요했어요.

1. 작은 변화부터 제안하기

“하루 8시간 꼭 자세요" (X)
"일단 10분만 일찍 자보세요" (O)

2. 체념을 희망으로 바꾸기

"혁신적인 성분!" (X)
"당신도 잘 잘 수 있습니다" (O)

3. 한국의 라이프스타일 고려
야근, 회식, 육아... 한국인의 현실적 제약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실천 가능한 솔루션 제시.

이런 인사이트들이 제품 개발의 방향을 완전히 바꿨습니다. 우리가 만들어야 할 건 '한국인을 위한, 한국인이 믿을 수 있는' 제품이었죠.

🔄 제품 철학을 바꾸다.

Before: 성분 자랑

"멜라토닌 3mg 함유!" "GABA로 깊은 수면을" "수면 유도 성분 7종"

시장의 대부분 제품들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성분과 함량을 강조하죠. 우리도 그래야 하나 고민했어요.

After: 변화 가능성

"잘 잘 수 있는 몸을 함께 만들어가요"

수면 코칭을 하면서 깨달았어요. 사람들이 원하는 건 '강력한 수면제'가 아니라:

  • 내일 아침 개운하게 일어나는 것

  • 수면 스트레스에서 해방되는 것

  • "나도 정상적으로 잘 수 있다"는 확신

우리 제품은 그 여정의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스스로 잘 잘 수 있는 몸을 만들 수 있어요." 이거야 말로 우리가 원하는 메세지였어요.

🎯 믿음이 만드는 선순환

클라이언트분들과 함께하면서 발견한 패턴이 있었어요.

잘 잘 수 있다는 믿음 → 긴장 완화 → 실제 수면 개선 → 믿음 강화

이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핵심이었습니다.

우리 제품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순히 '수면 보조제'를 파는 게 아니라 '변화의 가능성'을 제공하는 거죠. 제품은 그 가능성을 현실로 만드는 도구이구요.

마무리

수면코치로서 어떤 자격증을 땄다는 것보다 중요한건, 조금 더 수면 문제가 있는 분들의 밤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는 거에요. 그들이 왜 잠들지 못하는지, 무엇이 필요한지, 어떤 말이 위로가 되는지 알게 되었죠.

1년간의 공부와 실습, 해외 코치들과의 교류, 실제 클라이언트들과 함께한 시간. 이 모든 경험이 제품 개발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좋은 제품을 만들려면, 먼저 좋은 리스너가 되어야 합니다.

현장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는, 제품에 영혼이있냐 없냐의 차이니까요.

앞으로도 제품 기획자이자 수면 코치로서, 더 많은 사람들이 '잘 잘 수 있다'는 믿음을 갖도록 돕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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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jung Kim